2019년 현재로부터 약 10여 년 전의 기억인데, 캐스커, 에피톤 프로젝트, 루시아(심규선)의 음악을 우연히 듣고 좌절했었다. 그 전에는 내가 동경하던 뮤지션들은 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그러한 사실은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것을 - 삶의 연륜이나 관록 측면에서 - 정당화 해줬다. 그런데 나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드는 새로운 이들이 이젠 나보다 젊다니!예술적 감수성과 나이는 결코 비례하지 않음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나보다 경험의 폭이 좁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나의 연약한 감정들은 포로가 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질투다! 내가 갖지 못한, ‘파토스의 덩어리들을 음율로 정리하고 멋지게 표현한 것들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능력’을 지닌 뮤지션들에 대한 시기(猜忌).처음부터 확신했다. 이승환, 윤상, 015B, 김동률의 노래를 들으며 나의 십대와 이십대를 보냈듯이, 삼십대에는 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늙겠구나. 외롭지 않겠구나. 실제로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내가 사랑하는 뮤지션들의 앨범이 나의 CD함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그들의 진가를 알고 발굴해준 ‘파스텔 뮤직’에 호감과 감사함을 갖고 10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앨범도 구매하고 이 책도 샀다.내 손에 들어오자마자 질리도록 수번도 반복해서 듣는 음반과는 달리,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북인 이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자세한 이유는 설명할 수 없으나 굳이 붙여본다면, (혈액형에 별자리까지, 좋아하는 가수의 모든 걸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생팬들과는 달리) 나는 팬으로서 동경의 대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여백의 공간을 남겨야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다소 무심한 감상자이기 때문이다. 음악의 창조자의 신비로움(아우라)에 더 매력을 느끼고, 내가 알지 못하는 바와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음악을 통해서만 순전히 만나고 싶었다.‘조금씩, 가까이, 나에게’ 다가왔던 파스텔 뮤직과 함께 했던 뮤지션들이 파스텔 뮤직을 하나 둘 떠나가고 (일부 뮤지션들은 저작권 문제로 법적 분쟁까지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젠 경영상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6년 간 펼치지 않았던 이 책이 생각났다. 세련되지 못하고 치기어린 청춘을 보낸 나로서는, 지금의 내 삶의 일부가 된 음악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이제야 찾아온 것이다. 그때의 뮤지션들의 기억과 경험들이 유쾌하면서도 희한하게 슬프다.“새로 시작하기 위해 눈물을 떨구는 싱그럽고 젊은 우리들에게 음악이 없었다면 그 시절의 청춘은 빛을 잃은 무채색이었으리라.” (p.75)
에피톤 프로젝트, 캐스커, 짙은, 한희정…
10년 동안 청춘의 골목을 지켜온
레이블 파스텔뮤직, 그들의 이야기
‘귀여워, 귀여워. 웃을 때 귀여워.’, ‘마이 네임 이즈 요조, 당신을 사랑해요. 원하는 걸 줄게요.’ 어쿠스틱한 멜로디와 일상적인 가사로 젊은 층에게 사랑 받고 있는 인디 음악. 그 중에서도 요조나 허밍 어반 스테레오, 홍대 여신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지금의 홍대 인디 음악의 주류를 형성해온 레이블 파스텔뮤직이 경계에서 서성대는 청춘들에게 전해주고픈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북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 를 펴냈다.
이 책에는 파스텔뮤직이 치열한 음악 시장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오며 겪었던 좌충우돌 생존기, 인디 뮤지션이 직접 쓴 감성 에세이가 담겨 있다. 파스텔뮤직은 방대한 자본력을 갖고 있지도 않고, 스타성이 뛰어난 아이돌이나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파스텔뮤직의 음악과 그들의 뮤지션들은 아주 평범하고 소탈해서,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우리와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그 닮은 점이 청춘의 감성을 움직였고, 막연한 동경이 아닌 공감만이 진정한 위안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파스텔뮤직은 이 책을 통해 주류가 아닌 비주류, 가운데가 아닌 경계에서 길을 잃고 서성거리는 청춘들과 같은 속도로 걸으며,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부록으로 포함된 미니CD를 재생시켜놓고 책을 읽어보는 것도 파스텔뮤직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 동영상 보러 가기
Disc 1. 조금씩, 시작된 우리의 음악
Track 1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
Track 2 첫눈에 우리가 우리를 알아보는 일에 관하여
Track 3 라디오 데이즈
Track 4 커피 그리고 드라마
Track 5 서툴러서 아름다운
Track 6 이별의 순간들
Track 7 오픈엔디드 판타지
Disc 2. 가까이, 읊조리는 나의 노래
by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by 박경환
by 캐스커
by 에피톤 프로젝트
by 파니핑크
by 타루
by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by 짙은
by 희영
by Lucia
Plus. 너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01 Thanks to Pastel Music
02 레이블에서 일한다는 것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