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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황현산 선생님의 책을 좋아하지만 역시 시는 나에게 어렵다고 느낀 책이었다. 선생님이 깔끔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아무리 친절하게 얘기한들 시의 ㅅ자도 모르는 나로선 어렵다고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래도 문장 하나, 시 하나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시에는 한 편 한 편마다 무언가 극단적인 것이 있다. 이 말을 언젠가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에는 한 편 한 편마다 무언가 극단적인 것이 있다.

이 시대의 낭만가객, 평론가 황현산이 겨울을 여는 시화詩話집을 선보였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 . 한국일보에서 2014년 초부터 연재했던 27편의 이야기들을 한데 모았다. 가히 ‘시 마을에서 세상 보기’라 할 만하다. 우물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이 필경 좁고 편협하다면 그가 시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넓고 여유로우며 다양하되 처연하다. 시가 꿈꾸는, 응당 꿈꾸어야 하는 세상에 대한 저자의 간절함이 편마다 읽는 이의 가슴을 건드린다.

이육사를 필두로 한용운, 윤극영, 서정주, 백석, 유치환, 김종삼, 김수영, 보들레르, 진이정, 최승자 등의 시편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시뿐만이 아니다. [베티블루]와 [동사서독] 같은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과 [클레멘타인]과 [엄마 엄마] 같은 노래들, 구전민요들, 이중섭의 그림 [길 떠나는 가족] 등이 가리지 않고 초대되어 시화의 한 풍경을 자연스럽게 이루어낸다.

작품을 분석하는 예술론은 진지하지만 작품보다 유려하며, 작품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그 시각은 보편적인 인간미가 넘친다. 바쁜 일상에 치여서, 그러나 언제나 ‘진실’의 편에 가까이 살아가는-그러려고 노력하는 소시민들이라면 평론가가 시화집마다에서 살짝살짝 펼쳐 보이는 명제와 의문과 이견들로부터 충분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 보기 에 부쳐 008

01 이육사의 「광야」를 읽는다 013
02 사치와 사보타주 023
03 이곳의 삶과 다른 시간의 삶 - 작가 탄생의 서사 033
04 딴 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043
05 갱피 훑는 여자의 노래 053
06 지금 이 시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061
07 섬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071
08 [임을 위한 행진곡]을 위해 083
09 이 죄악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091
10 이 비통함이 잊힐 것이 두렵다 099
11 잘 가라, 아니 잘 가지 말라 103
12 미친 사내가 건너가려던 저편 언덕,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113
13 창조와 희생 123
14 폭력 무한 133
15 길 떠나는 가족 143
16 추석의 밝은 달 아래 153
17 만해의 ‘이별’ 163
18 박정만의 투쟁 175
19 최승자의 어깨 185
20 신춘문예를 생각한다 195
21 백석의 사슴 - 잃어버린 낙원과 잃어버린 깊이 205
22 윤극영, 어린이 한국 215
23 이용악의 고향 227
24 사물이 된 언어 또는 무의미의 시 237
25 황진이 - 사랑의 완성 247
26 시인의 적토마 255
27 시, 무정한 깃발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