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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One Soul


특이한 구성의 책이어서, 몇번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일단 18명의 인물들이 태어나서 죽을 대까지의 모습이 한장에 나와 있습니다. (1페이지당 9명씩)각기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서 살다가 죽었지만, 그들의 모습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습니다.대부분 여성으로 태어난 삶은 물건처럼 팔려서 애를 낳고 죽거나 아니면 연애인으로서 독립적으로 살거나 집나와서 약에 취해 객사하거나 하는 모습이었습니다.그렇다고 남자는 뭐 다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노예로 태어나 일만 하다가 높으신 분들의 변덕으로 한 칼에 죽거나, 범죄자가 되서 길거리에서 칼 맞아 죽거나, 전쟁에 나가 죽거나 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나마 좀 나은 삶은 의사가 되서 다른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주는 역할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위로 올라가서 대장 노릇,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다른 사람을 주의하느라고 항상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삶을 사다가 칼 맞아 죽는 그런 삶이 전부였습니다.결국 18개의 이런 저런 삶의 모습은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던간에, 다들 비슷하게 살다 죽는다" 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지요.170여 컷으로 삶을 표현하니까, 다 똑같아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60억의 삶은 60개의 각기 다 다른 삶의 모습일 것입니다.책은, 삶은 다 똑같으니까, 각자가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면 종교에 귀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마지막의 신을 찾는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공감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중요한 것은, 남들이 어떻게 사는 가 하는게 아니니까요.남들 사는 삶의 모습이 다 그만 그만하다고 해도, 나의 삶은, 당신의 삶은, 각각 유일 무이한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그런 점에서,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 저자는 거짓말쟁이였습니다.
한 사람 은 시대와 인종과 지역을 초월해 18명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동시에 보여 주는 독특한 그래픽노블이다. 출생과 죽음을 하루 동안 겪은 아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시작되는 이 책은 인간의 영혼이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삶의 고통에 관한 수많은 질문과 대답 그리고 자조적인 고백들이 켜켜이 쌓인 인간의 고백의 시가 펼쳐진다. 그 고백시들은 영혼이 인간의 몸을 입기 전부터 시작되어 인간의 몸을 벗어나는 순간까지를 통과하며 인간의 대조적인 운명을 보여준다.

한 작품에 18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재생된다는 것, 그리고 만화 패널의 순서나 읽는 방향이 순전히 독자에게 맡겨진다는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이다. 그리고 그런 특징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과 환희, 욕망과 절제, 슬픔과 기쁨 등에 대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마침표 없이 시작과 끝을 잘라 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그 말들이 이끄는 대로 다가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