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내 우주에 오면 위험하다나는 네개 내 빵을 들켰다기껏해야 생은 자기 피를 어슬렁거리다 가는 것이다한겨울 얼어붙은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며눈동자에 살이 천천히 오르고 있는 늑대엄마 왜 우리는 자꾸 이 생에서 희박해져가요내가 태어날 때 나는 너를 핥아주었단다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싶은걸요네 음모로 네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삶이란다눈이 쏟아지면 앞발을 들어인간의 방문을 수없이 두드리다가아버지와 나는 같은 곳에 똥을 누게 되었단다너와 누이들을 이곳에 물어다 나르는데우리는 30년 동안 침을 흘렸다 그사이아버지는 인간 곁에 가기 위해 발이 두 개나 잘려나갔단다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매일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그녀의 창문을 서성거리는걸요길 위에 피를 흘리고 다니지 마라사람들은 네 피를 보고 발소리를 더 죽일 거다알아요 이제 저는 불빛을 보고도 달려들지 않는걸요자기 이빨 부딪치는 소리에 잠이 깨는 짐승은너뿐이 아니란다얘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中-
시인 김경주의 첫 희곡!
‘한국문학의 축복이자 저주이다’ ‘한국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시집’이라는 문단의 평과 함께 한국 시단의 새로움으로 등장했던 시인 김경주. 시인이 되기 전 미쳐 있던 한 장르를 말해보라 한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고백했을 것이다. 희곡이 내 첫사랑과 같다고.
오랫동안 무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그의 첫 희곡을 여기 한 권의 책으로 펴낸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는 그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와 기담 에 실린 몇 편의 시에서 이야기의 가능성을 토대로 출발한 희곡으로, 나날이 안팎으로 ‘희박’해져가는 인간들의 삶을 늑대의 삶으로 분한 늑대들의 목소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여러 차례 앙코르 요청을 받고 무대 위에서 수차례 공연된 바 있다. 2014년 9월 현재에도 대학로에서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으며 올가을에는 일본에서의 공연도 그 가닥이 잡힌 상태다. 모두가 영화관으로 달려가기 바쁜 이 시대에 많은 이들을 소극장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이 희곡만의 힘은 대체 무얼까.
서문?이 세계는 기형이다
1막
2막
3막
발문―불구의 몸을 껴안는 생의 깊고 아득한 울음소리 : 최창근(극작가, 시인)
작가해제―늑대의 야성-울음소리(野聲)로 본래적 존재를 회복하고자하는 모자(母子)의 모습
일본어 번역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