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현대 미술
가장 좋은 책은 어린이들이 보는 책이라야 한다는 신념에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 같습니다. 또, 어린이들이 보는 책은 어른들도 봐서 많은 걸 배우고 종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는, 그런 교육적인 효과를 낳는 책들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맞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이 책은 최근 몇 달 동안 읽은 중 최고의 책이 제겐 되었습니다.현대 미술은 많은 이들에게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분야로 꼽힙니다. 실제로 전시장에 방문해 보아도 그렇거니와, 대상을 어떤 시각으로 어떤 자세로 파악해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대다수가 망설입니다. 그런데 여기 하나의 대답이 있습니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라는 것." 이런 명쾌한 해답은 아마, 여기 소개된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실제로 그런 식으로 상상하고 체험하고 창조하는 이들이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은 "예술 쫌 하는 어린이"입니다만, 정말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현대미술에 대한 확실한 관점이 잡힌다면 그 어린이는 커서 "예술을 쫌 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아주 큰 사람이 될 것만 같습니다. 현대미술뿐 아니라 그 이전의 사조를 대변하는 명작에 대해서도, 선이나 색, 명암과 구도, 소재 배경에 깔린 방대한 인문적 배경에 대해 막히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 "어른, 성인"은 손으로 꼽을 만큼 적습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 매우 편한 형식, 설명, 디자인이지만, 책 내용이 너무 좋아서 "어른들도 쫌 읽고 교양을 쫌 갖출 수 있는" 멋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채만식의 단편 중에도 "레디메이드 인생"이란 게 있습니다만, 미국에서 재능을 자랑한 마르셀 뒤샹은 "레디메이즈" 즉 기성품(평범한 공산품)을 갖고 기발하게 활용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천재 예술가였습니다. 그의 대표작 "분수"는 그저 평범한 변기 하나로 대 이슈를 유발한 문제작인데요. 아상블라쥬를 아예 새로운 예술 조류로 떠오르게 한 그의 재기 넘치는, 발칙한 행보는 이후 많은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책에는 뒤샹이 여자로 변장한 모습, 체스에 몰두하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얻은 명예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는 듯 쿨한 태도를 보인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일러스트가 여러 컷 담겨 있습니다. 변기 하나라고 해도 그 뒤에 숨은 예술적 동기는 일반인이 쉽게 동감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재미있고 친근하게 그려진 일러스트 덕분에, 뒤샹의 장난기가 어린 독자들에게도 쉽게 다가올 것 같아요.실도 메이렐레스는 브라질 인들의 민속 설화를 이해하는 이들에게만 보이는, (혹은, 마음이 착한 이들에게만 보이는?) 자그마한(그 크기에 대해서도 관람객들은 아무 정보가 없답니다) 예술품(1969~70)으로 만인의 화제에 올랐던 분입니다. 한 변의 길이가 1cm도 되지 않는 작은 주사위 하나가 전부인데요. 그나마 박물관 바닥까지 엎드려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고 하죠. 제목은 "남십자성"인데, 아무것도 아닌 듯하나 두 조각의 나무가 맞닿아 불꽃을 일으키는 감사한 섭리를 오랜 세월 원주민들이 품어 왔고, 작은 주사위는 그런 신비와 겸허한 마음을 그 조그마한 몸체에 상징한다고 합니다. 전시관은 사방이 그저 햐얗기만 한 벽면인데, 관람객더러는 그 흰 벽면까지를 함께 제시하며 예술가와의 공감을 유도하는 거죠. 이런 설명을 들어도 어른들은 납득이 잘 안 되겠지만, 예술가처럼 마음이 깨끗한 어린이들이라면 오히려 더 잘 소통할 것 같기도 해요.90페이지에 보면 "UR집"이라는 작품이 나옵니다. 그레고르 슈나이더의 작품인데, 수리인지 새로운 탐색인지 모를 만큼 여기저기를 고치고 이어붙이고 덧대며 그가 열여섯 살 꼬마 때 "지은" 집이라고 합니다. 이 집은 어디가 중심인지, 어디서부터 입구를 삼고 들어가며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지 난해한데, 제 생각으로는 에셔의 철학, 미학 세계와도 한 맥이 닿아 있지 않나 여겨지네요. 책에는 그런 설명이 없으나, 독일어 접두사 ur-는 원(原), 바탕 같은 뜻입니다. 집 이전의 어떤 구조물에 대해 그 해체에 가까운 탐색을 함으로써, 집이 인간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파악하려 든 거겠죠. 작가가 어린이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에 만든 작품아라 더 호기심이 생길 만합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꽤 오래 전부터 유대인들이 많이 살았지요. 요안나 라이코프스카(p146)가 바르샤바 시내에 만든 "야자수"는 사실 지중해를 바라보는 팔레스타인, 레바논 일대에서나 자라는 식물인데, 에술가의 창의로 꽤 싸늘한 편인 동유럽 중위도에서 만나게 되었네요. 어느 지방이든 고향을 떠나 살아온 이들에게, 고향을 대뜸 떠올리게 하는 풍광을 자신이 현재 사는 장소에 재현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다만 이 "야자수"가 독특한 건, 유대인들에게는 "아우슈비츠"라는 끔찍한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바른 예술은 바른 역사 인식과도 뗄레야 뗄 수 없는 과제이고 영역이기도 합니다.일종의 업사이클링 정신일까요, 아님 구조의 해체를 통해 감춰진 본질을 찾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일까요? p190의 가브리엘 오로스코는 멀쩡한 시트로엥을 해체시켜, 가운데를 잘라내고는 다시 좌우를 이어 붙였습니다. 저는 작품 자체보다 이 "작품"에 대한 저자님(세바스티안 치호스키)의 설명이 더 재미있었는데요. "마치 다이어트를 한 몇십 kg한 후의 모습 같지만, 너무 모습이 심하게 바뀌어 더 이상은 못 달려요."가 그것입니다! 오로스코는 해변에서 169개의 고래뼈를 모아 "움직이는 매트릭스"를 만들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작가는 " 그 전시된 작품 밑에서 책을 읽기라도 하는 관람객은, 졸면서 서늘한 파도가 머리 위를 넘실대는 꿈을 꿀 거에요."라고 하십니다. 예술가의 창의력을 능가하는, 유쾌하고 신선한 "해석 아닐까요?
미래 예술가를 꿈꾸는 어린이들을 위한 안내서!세계적인 현대 미술 작품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소개합니다. 꿈꾸는 현대 미술 에서는 세계적인 현대 미술 작품들을 한 권에 담아 소개합니다. 변기를 예술 작품이라며 전시한 마르셀 뒤샹부터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은 파격적인 예술가 존 케이지, 거대한 협곡을 만든 마이클 하이저, 코요테와 함께 지낸 요셉 보이스 등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예술가들부터 거대한 산을 움직인 프란시스 알리스, 똥 만드는 기계를 만든 빔 델보예, 신나는 미끄럼틀을 만든 가르스텐 휠러 등의 현대 예술가들까지! 세계 곳곳의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지요. 이 책을 보고나면 예술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는지 하며 놀라울 것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 놀라운 상상 너머의 생각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현대 미술의 세상! 내 손안의 현대 미술 작품 전시회장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엉뚱한 생각과 상상을 곧잘 하는 어린이들은 물론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을 초대합니다.
4 안녕? 현대 미술! 6 용어 사전
10 분수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Fountain, 1917)
14 4분 33초 존 케이지 John Cage(4.33, 1952)
18 시간의 풍경 앨런 손피스트 Alan Sonfist(Time Landscape, 1956-현재까지)
22 작은 스파르타 이안 해밀턴 핀레이 Ian Hamilton Finlay(Little Sparta, 1966-현재까지)
26 스코페 현대 미술관 프로젝트 오스카 한센 Oskar Hansen,( 1966)
30 발로 밟은 선 리차드 롱 Richard Long,(A line made by walking, 1967)
34 푸른 선 에드바르드 크라신스키 Edward Krasi?ski(verschiedene Arbeiten, 1968-2004)
38 닫힌 미술관 로버트 배리 Robert Barry(Closed Gallery, 1969)
42 남십자성 실도 메이렐레스 Cildo Meireles(The Southern Cross, 1969-1970)
46 나선형의 방파제 로버트 스미스슨 Robert Smithson(The Spiral Jetty, 1970)
50 도시 마이클 하이저 Michael Heizer(The City, 1972-현재까지)
54 참나무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michael Craig-Martin(Oak Tree, 1973)
58 썰기 고든 마타-클락 Gordon Matta-Clark(Splitting, 1974)
62 나는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은 나를 사랑한다요 셉 보이스 Joseph Beuys(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 1974)
66 기적적인 것을 찾아서 바스 얀 아더르 Bas Jan Ader(In Search of the Miraculous, 1975)
70 흐워피의 벽 안제이 세브칙 Andrzej Szewczyk,( 1976-1987)
74 번개 치는 들판 월터 드 마리아 Walter de Maria(The Lightning Field, 1977)
78 온실 아비탈 게바 Avital Geva(The Green House, 1977)
82 둘러싸인 섬들 크리스토와 잔느-클로드 Christo. Jeanne-Claude,(Surrounded Islands, 1980-1983)
86 일 년 퍼포먼스 테칭 시에 Tehching Hsieh(One yearPerformance 1981-1982 (야외 편))
90 ur 집 그레고르 슈나이더 Gregor Schneider(House u r, 1985-1997)
94 종이 조각 액션 로만 지그너 Roman Signer(Action with Sheets of Paper,1987)
98 연쇄 반응 피터 피슬리와 데이빗 바이스 Peter Fischli. David Weiss(The way things go, 1987)
102 로스 앤젤레스에서, 로스의 초상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Felix Gonzalez-Torres(Untitled. Portrait of Ross in L. A. 1991)
106 엘가랜드-바르가랜드 왕국 레이프 엘그렌과 카를 미카엘 본 하우스볼프 Leif Elggren. Carl Michael von Hausswlfof (Elgaland-Vargaland, 1992-현재까지)
110 시궁쥐의 왕 카타리나 프리치 Katharina Fritsch(Rattenkonig, 1993)
114 미술관에서 나와 파베우 알타메르 PawełA lthamer(Bez tytułu, 1996)
119 슈퍼가스 슈퍼플렉스 Superflex(Supergaz, 1966-현재까지)
122 넘쳐 난 무덤 제프 월 Jeff Wall(The Flooded Grave, 1998-2000)
126 땅 리르크리트 티라바니자 Rirkrit Tiravanija(The Land, 1998 -현재까지)
130 영혼 없는 껍데기 필립 파레노와 피에르 위게 Philippe Parreno. Pierre Huyghe(ghostjust a shell, 1999)
134 클로아카 빔 델보예 Wim Delvoye,(Cloaka, 2000)
138 한여름의 눈송이 앤디 골즈워디 Andy Goldsworthy,(Midsummer snowballs, 2000)
142 믿음이 산을 움직일 때 프란시스 알리스 Francis Alys(When faith moves mountains, 2002)
146 바르샤바의 예루살렘 요안나 라이코프스카 Joanna Rajkowska,(Pozdrowienie z Alej Jerozolimskich, (2002)
150 날씨 프로젝트 올라푸르 엘리아손 Olafur Eliasson,(The Weather Project, 2003)
154 그녀의 긴 검은 머리 재닛 카디프 Janet Cardiff,(Her Long Black Hair, 2004)
158 입맞춤 티노 세갈 Tino Sehgal,(Kiss, 2004)
162 앨범 아네타 그제시코프스카 Aneta Grzeszykowska,(album,2005)
166 오두막집 뗏목 사이몬 스탈링 Simon Starling,(Shedboatshed, 2005)
170 재미있어! 파올라 피비 Paola Pivi,(Interesting, 2006)
174 맥박이 뛰는 방 라파엘 로자노-헤머 Rafael Lozano-Hemmer,(Pulse room, 2006)
178 돼지와 도토리 인자 빙클러 Insa Winkler(The Acorn Pig, 2006)
182 해부학의 장식 로베르트 쿠시미로프스키 Robert Ku?mirowski(Ornamenty Anatomii, 2006)
186 실험 사이트 카르스텐 휠러 Carsten Huller,(Test site, 2006)
190 움직이는 매트릭스 가브리엘 오로즈코 Gabriel Orozco,(Mobile Matrix, 2006)
194 1:1 모니카 소스노프스카 Monika Sosnowska,(2007)
198 잃어버린 그림자 수잔 필립스 Susan Philipsz,(The Lost Reflection, 2007)
202 보르그넬의 오리 시프리앙 가이야르 Cyprien Gaillard,(Le Canard de Beaugrenelle, 2008)
206 해바라기 씨 아이 웨이웨이 Ai Weiwei,(Sunflower Seed, 2010)
210 시계 크리스티안 마클레이 Christian Marclay,(The Clock, 2010)